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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self-introduction

self-introduction ~2006 korean

내적 필연성-화가와 그림의 관계 / 보편적 언어- 그림과 관객의 관계.

나는 내 그림의 보편적 언어 유무에 대하여 고민했고 이 때문에 숱한 좌절도 해 왔다.

어떤 개인의 내적 필연성이 어떤 보편적 언어를 띄고 있는가에 따라 화가의 작업은 타인에게 보다 깊이 보다 넓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가 아닌가가 정해진다고 생각했던 이 가정은 곧 나의 작업의 시작이 되었고 보편적 언어를 찾는 과정이 나의 작업의 과정이 되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화가의 마음에 먼저 내적 필연성 이 자리를 잡고 그 후에 그것을 드러내는 자신만의 조형언어가 최대한 보편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화가의 감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화가란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는 내적 필연성을 안고 잡히지 않는 보편적 언어를 찾아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정착하지도 못하고 다시 걸음을 옮겨야 하는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나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게 되어 지금은 이 두 가지를 무엇이 이고 무엇이 인가의 전 후 개념이 아닌 비례의 관계로 이해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는데 이는 참으로 생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것은 내가 굳이 보편성을 찾아 나선 그림 보다 극한 필연성으로 그린 그림이 더 보편적인 감성들을 자극하는 것을 보게 된 경험에서 알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내 그림의 보편성이라는 것은 나의 절실함의 깊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적어도 이는 지금의 나에겐 적용 되는 개념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나를 치유하고 싶었다.  

 

1.             그리운 사람 그리워도 만날 수 없는 날엔 진종일을 그리움을 그린다   

                                                                         조 병화, 진 종일을

-1996 ~ ; 속이며 치료하기

나에게 그림은 피난처였고 치료제였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나는 겨우 우울함을 잊고 생각지 않을 수 있었기에 적극적인 선택의 문제였기 보다는 피동적인 숨어들기였던 것 같다. 당시의 그림들은 지극히 사적인 사랑과 실연 그리고 상실과 그리움을 형상과 비구상을 혼합한 나만의 기호를 넣어 즉흥적인 드로잉이 주를 이루었고( 그림 1 ~2 ) 나를 치유하기에만 급급했던 나는 나를 비롯하여 타인도 우울하게 만드는 그림은 안 그리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지 우울한 자신을 들키기 싫었던 때문이었던지 마음의 역 표현처럼 밝고 화사하고 아름답게 추억을 회상 하는 듯 한 그림을 그렸다. 화면 안에는 작은 창문과 남녀가 있었고 따듯한 색상과 한지 위의 번지는 검은 먹선은 장식적인 화면을 더욱 강조하는데 이는 사랑이라는 언어를 더욱 진귀하게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을 담았던 것 같다. (그림 3 ~4 ) 그림을 정말 많이도 그렸다. 그렸다기 보단 그려 댔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2000~ ; 마주하여 인정함으로 치료하기

현실의 나를 마주하는 것은 지극히 힘들어 그림의 망상으로 달아나기만 했던 나를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똑 바로 두 눈을 뜨고 바라 본 그 자리엔 상실과 고독으로 범벅 되어있는 무력한 한 타인이 있었다. (그림 ~ ) 이 때 나는 밝게만 그리려는 의지를 지닌 모순된 화가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찬란한 슬픔이 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은 마음을 왜곡하지 않고 아프면 아픈 데로 슬프면 슬픈 그대로의 자신을 그리게 되었다. ( 그림 ~ )

-2002 ~ ; 스스로 안아주기

무력했던 내가 기억해낸 것은 다른 곳을 꿈꾸고 낯 설음을 즐겼던 나. ( 그림 ~ ) 어느덧 현실과 멈춰진 경험들을 넘어서 꿈을 꾼다. 그 안에서 친구를 만나고 위안을 얻는다. ( 그림 ~_) 그림은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합한 구성을 하였고 동화적인 화면은 의식하지 않아도 밝아졌다. 타인에게 권하지 않아도 절로 꿈에 동참하는 관객을 얻게 되었다.

 

2.            나는 평원에 있는 한 마을에서 몇 푼의 루피와 성경 한권을 주고 그 것을 얻었지요.

               그 사람은 이 책을 읽을 줄 몰랐어요그는 말하기를 자신의 책이 모래의 책이라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책도 모래도 시작과 끝이 없기 때문이라나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모래의 책

-2003 ~ ; 벽문(the door in the wall) 을 넘어 상상의 세계로 가기

그림 속에는 늘 등장하는 화자가 있다. 그녀는 이제 본격적인 여행을 위한 날개를 달고 엘리스가 토끼에게 이끌려 이상한 나라로 들어 갔듯이 회전목마라는 벽문을 넘어 환상의 세계로 들어 간다.( 그림 ~ ) 그 문이 탈출구였는지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나의 필사적인 그림 만들기는 최고의 장식적인 화면을 구사했고 나의 필사적인 도피를 향한 꿈은 어느 여름 유원지에서 보았던 회전목마에게 생령을 불어 넣어 함께 바다 속을 날고 초원을 거닐기에 이른다. 피하던 나를 마주한 이 후 나 자신이 자리잡기 시작한 그림은 애써 인물을 끌어 들이고 주인공 빼기를 두려워 하는데 그 때문인지 억지스럽게도 그림은 설명하고 내가 말하는 데로 읽히는가 아닌가를 궁금해 하며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더 이상 내게 그림은 피동적인 숨어들기 는 아니었던 것 같다.

                                                                    

3.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 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이사야서 11 6

-2004~ ; 그 나라 그리기 

작은 소리로 한 명만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의 그리기의 시작은 어느덧 큰 소리로 다수에게 소리 치고 싶어함으로 달라져 가게 되었다. 적극적인 선택.

고독한 인간, 장례식 같은 현실 그런 군상들을 무대 위에 나열하고( 그림 ~ ) 이라크의 현실과 무고한 사람들의 숱한 죽음들은 또 다른 슬픔에 빠지게 하였고 모두가 평등한 행복의 나라에 대해 꿈꾸고 그리게 된다. (그림 ~ , cf.작업 계획서에 내용 추가 ) 그러나 내용이 강한 그림은 내용만큼 따르지 못하는 한 화가를 절망케 했고 이 때 보편적 언어에 대해 그 언어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고민하게 된 내게 그림은 더 이상 치료제가 될 수 없었다. 결국 이 시절 그렸던 그림은 한번도 전시를 못했고 지금도 완성을 못하고 있다.

 

4.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으로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기형도 ,기형도 전집

-2005~; 슬픈 껴안기

그림 그리기가 두려워 졌던 나는 꾸역꾸역 상실한 가슴을 뛰어 넘고 망상 했던 예전의 그림들을 기억해 내면서 또 다시 사랑의 순간들을 그리지만 내적 필연성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그림은 건조 하기만 했고 (그림 ~ ) 아무리 해도 예전 같은 밝은 망상이 되질 않았다. 나의 마음은 피폐했었고 푸석 거리다 매연 가루가 되 버리는 것 같았다.  

 

5.              삶과 존재에 지칠 때 그 지친 것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비유는 자연이라고.

-기형도, 기형도 전집

-2006; 다시 마주하기

2년째 대학에서 인물드로잉 강의를 하고 있다. 새로운 수업을 만들고 학생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연구한다. 모델들을 구성하고 나도 같이 드로잉을 한다.(사진 ~ ) 강의는 처음 그림을 대했을 때의 나를 기억하게 했고 그림이라는 것에 주목 하게 만든다. 그림 그리기가 어려웠던 그 날들과 함께 강의는 내 그림에서 내 이야기를 제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놓여진 데로 바라보기를 훈련하고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보게 했고 그것은 또 다른 필연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화가이기 때문인 필연성,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장치의 필연성, 그리고 무엇을, , 이전의 그린다의 필연성이 그 것이다. 화가인데도 그림 그리기 힘들어 했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 보기의 필연성.( 그림 ~) 그 것을 한 풍경으로 그리고 지금 마주하면서 연재 중이던 소설 같은 이 그림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려 한다.

 

영문 자기 소개2006.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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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기소개.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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