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여사 추워서 꽃돼지여사 되다




아침 7시 50분까지 출근해서 열화상 카메라 셋팅하고 15분부터 등교하는 애들 줄세우기를 하는데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하루를 시작하는 애들에게 반갑게 안녕~어서와 ~ 굿모닝~ 인사를 한다. 가끔 까꿍~ 이 입으로 흘러나올때가 있는데 웃는애들도 있지만 대부분 왜저래 내지는 신경안씀. 잠에서 깨어나 학교로 총총총 오는 중학생들은 상당히 귀엽다.
애들은 둘러진 팬스줄을 따라 차례로 입장하는데(바닥 발자국에 서는것이 원칙) 애들이 몰리면 긴 거리를 돌아가야하니 짜증날것 같다.

그래도 입구에서 밀리면 안되니깐 끊임없이 등교는 한줄~ 천천히~ 춤추듯이 가자~ 학처럼가자~ 를 외치는 내가 있다. 몰리는 정도를 보며 팬스 오픈 클로즈 조절하면서.
이후, 교무실들과 등교된 교실 손잡이와 그 층에 있는 화장실들 소독하고 등교 안하는 교실 및 교무실 바닥 소독타임 후엔 점심시간, 소독제 짜 주며 거리두기 지도. 애들은 거리를 두지않는다. 그래도 계속 얘기하며 '거리두기 해야한다 상기시키기' 임무 수행. 3학년들 중 엄청 '큰' 아이들이 있는데 발육정도에 놀라기도 하고(성인이 되면 얼마나 더 커질까) 전체적으로 우수한 골격을 지닌 요즘 중학생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유전인자가 이 애들 새대에선 확 변했구나, 인물들도 두상들도 하반신길이도, 참 잘 낫다 생각한다. 준수함이 보편적이다. '준수하다' '잘생겼다' 등의 외모 우수를 표현하는 말은 없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중학생들을 보니 하게 된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열려진 미술실 손잡이를 닦으면서 애들은 무슨 수업을 하나~ 기웃거리는 나를 보니, 1학기 여고 소독할때 들리는 '오늘은 파스텔을 가지고 할꺼야~'라는 말에, 응? 문교파스텔 쓰는구나~ 생각하며 돌아봤던 생각이 나서 조금 안쓰럽다 여기기도 하며 지금을 보내고 있다. 가끔, 미술선생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떠올려 보는데 , 나 대학시절엔 교직과목 이수는 성적이 좋은 애들만 할수있었기 때문에 탈락했었던 과거 소지자로서 가능하지 않았지~ 끄덕끄덕~ 훗. 성적이 되어 교사가 되었다면 나는 어떤 선생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인생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겠지 싶다. 결혼을 해서 애 둘정도 낳고 살다가 다 때려치우고 작가로 살겠다 선언했을까, 아니면 교사 직업을 유지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까, 미술애호가로서 전시회를 보러다니고 가끔 그림도 구매하면서... 아니아니 남 잘되는 꼴 잘 못보는 성격이니 한국작가들 그림은 안 샀을지도 몰라 ...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키득대는 나를 잠깐 본다. 교사는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일임을 학교 소독여사 하면서 더욱 절실히 안다. 초중고 통털어 존경하는 선생없고 특히 고등학교 3년은 학교 선생님들 포함 학창시절 모든게 싫었던 나로선 교직에 대한 갈구 없음은 당연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으로 인해 다음주부턴 1학년들은 매주, 2,3학년들은 격주로, 매일 2개 학년 등교시작.
점심시간이 두시간으로 늘었고 당일 소독학년이 두개 층이되고 줄어든 시간안에 원래의 소독을 해야하는데 아찔. '내 전공에 관한일' 외엔 군말없이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하는 나는 순서와 정도를 잘 정해야한다. 꽃돼지 얼굴이 귀엽게 박힌 나의 방역복을 입고서.
가끔 무슨과목 담당하세요? 묻는 애들이 있다. 지난 학교에선 시찰나온 경찰관들도 물었었지. '전 소독인력 뽑아서 온거에요 학교선생님은 아니에요~' '난 아무 과목도 담당 안해 난 소독해~ ' 라고 말하면, '아 네~ 감사합니다' 한다. 딱히 다른말이 생각안날땐 '감사합니다' 가 최고지.
돼지엄마 라는 사람이 있다는데, 나는야 돼지여사~ 오늘도 화이팅! 힘내 김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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