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riting/2018~

편의점 주말야간 24주차 추워라

jiehkim 2020. 10. 18. 09:53

• 편의점은 4월말~추석까지가 성수기고 이후 겨울~추운 봄은 비수기라고 하던데 정말이네. 들어오는 센터물건과 파라솔 이용객이 현저히 줄었다. 밤새 술마시는 음주손님이 안쓰러울 정도로 추운 오늘로 이제 시작.
야간에는 호빵을 안하는데 굳이, 두개를 쪄달라- 야간엔 가동 안한다- 두개만 넣어달라- 온도를 올려야 한다- 술마시고 있는 동안 쪄지면 먹을테니 괜찮다- 는 이미 취중자의 요구에 그냥 파워 온. 그 손님은 결국 파라솔에서 처음처럼640ml 와 한컵어묵으로 더 취했고 어느덧 보니 호빵은 두고 가서 내가 먹었지롱~. 정말 맛있었다. 추웠거등. 따끈하고 속 내용물이 훌훌 흐를만큼 꽉 차있다. 샌드위치, 햄버거에서 호빵까지 이렇게 맛있으면 어떡하지? 앙앙앙~.이러다가 맨날 사먹을라 ~조심!


지난주엔 롱압박스타킹을 새로 사서 신었었는데

이토록 독자적인 핑크일줄은 몰랐기에

오늘은 두꺼운 스타킹과 레깅스에 입고 온 외투로 다리를 감쌌고, 상의도 메장에 있는 두꺼운 후리스를 주섬주섬 걸치고 양 주먼니엔 온장고 캔 커피 쏙쏙 넣기를 했다. 체감온도 급강하락 투데이.
월요일 소독출근할땐 뭘 입어야 따듯하고도 활동적일수 있을까. 맨날 차에서 작업실로만 왔다갔다 했더니 활동복 따듯한게 없었구나. 레깅스를 3개까지 입으면 너무 갑갑하지않을까? 옷 사야하리? 검색큐~!

• 나는 많은 요령이 생겼고 성격도 좀 바꼈다.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던 습관은 천천히 나눠서 하게 되었고 (훨씬 덜 힘들다. 요즘은 주1회 집청소도 구역별로 나눠서 조금씩 2일에 걸쳐하니 덜 귀찮다. 집중적으로 한번에 큰 에너지를 쓰는게 확실히 힘든일이었다) 내 근무시간에 진열대가 비워져있는걸 못봤던 성격은 다른 근무자가 채워두지 않은건 나도 안 채우는 성격이 되었고, 나한테 인사하지않는 사람한텐 나도 안하는, (손님과 애들은 제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눈눈이이스탈' 로 랄까, 편의점과 소독여사 일을 하면서 나는 좀 달라진게 맞다. 더이상 왕따인줄 몰랐으나 왕따였던 그 학창시절의 나도, 13년전 그 폭력을 당하고도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나 자신만 학대했던 그 김지애는 아니다. 그리고, 어제의 나도 아니다.
• 악 진한국물과 많은 건더기 쫄깃한 면발을 자랑하던 고품격 사발면 오모리김치찌개(정말 맛있고 최고의 사발면이라고 생각한다ㅠㅠ)를 한사발 엎어버린 사고 발생. 역시 오모리는 강했다. 그 많은 건더기와 진한 국물은 사방팔방에 깊게도 침투. 결국 오주여를 만발하며 다 닦았슴. 하나 더 사서 결제하는 그 아이에게 물어본다. '너 정말 좋아하는구나' '네~' ... 그 아이는 파라솔에서 유트브를 보며 한사발 끝내고 갔다. 이 추운 새벽 두시에, 굳이 나와서, 오모리김치찌개를 먹는 십대는 어떤 생활을 할까 잠시 궁금하다가, 파라솔 '침천지' 들이나 화장실 테러리스트들 보단 낫다 여긴다.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미안해 했고, 무엇보다 화상을 입진 않았으니깐. 포겟잍~!

이렇게 두고 가는건 아주 보통 수준


어디나 공통적으로 해야하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내 시간에 비가와서 박스를 바닥에 깔아놨으면, 비가 그치고 바닥이 말랐으면 다른 근무자가 걷는 일 같은거,. 나의 앞뒤교대들은 안한다. 빠직! 공동으로 해야하는 일이 걸려있는 최저임금자의 일할맛에 영향을 미치지만 뭐 어쩔도리가 없네. 이거 좀 걷는게 그리 힘든 일인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발바닥이 뜨겁고 발가락뼈들이 꼶은듯 아파서 발을 잘라내는 사람들 생각도 했었는데 이번주 어느날부터고통이 덜하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나는 요 며칠 발 자른 사람들 생각을 안하는건 분명함.
'한달만 살기'를 하느니, '일주일 살기'를 하느니 했었는데, 아니, 나는 이제 '하루살기' 를 한다. 오늘 하루, 오늘, 지금해야하는 일만 생각하고 그것만 할꺼다. 그래서 이번주는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 하루만 사는데, 같이 사는 어머니께 '안녕' 인사는 해야지 했고, 하루만 사는데 좀 귀찮아도 집에 갔고, 하루만 사는데 뭐 주유비쯤은 문제가 없었고, 하루만 사는데 먹기를 맷돼지처럼하고싶지도 않아서 라면4개씩 끓여먹고도 또 짜장라면을 먹는 에브리데이를 반복하지 않았다. 집에서 자서 그런가? 발바닥 안아픈거? 그런지도 몰라. 역시 잠은 침대에서. 하루만 사니, 안한다고 나 1인외에는 폐가 없는 일은 억지로 안했고, 하루만 사니 불안하지 않아 매일 푹 잤다. '오늘만 산다' 생각하니 꼭 해야하는 일이 추려졌다. 몇개 없더라. 집에서 엄마와 인사하고, 내가 갑자기 안 나가면 안되는 일 (소독, 편의점, 강의, 그날의 약속) 정도가 다다. 페이스북도 인스타도 안하게 된다. 무엇보다 '바라는게' 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하루만 살꺼다.
오늘 편의점 가야하니 가고, 오늘 집청소를 해야하니 하고, 오늘 어머니를 교회로 모셔다 드릴꺼고, 그냥 잘꺼다. - 김하루살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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