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속 낙상후 기름교체, 편줌마는 웁니다.
출근길에 넘어졌다. 아무도 없는 인도에서 미끄러져서 눈범벅이 되어 주섬주섬 일어나 편의점으로 간다. 여기까진 뭐 할수 없지 했는데...,괜찮지가 않았다.
사장님의 기름교체 지시.
기름은 얼어있고 하필 새 통이다. 18리터짜리 기름이 얼어있으니 나오질 않는다. 들고 내리고 들고 내리고 흔들고..., 매장 안으로 들인다. 퇴근시간 즈음 또 들고 내리고 흔들고를 반복해서 겨우 하긴했다. 안했어도 되는거였다고 생각한다. 얼어있었고 한번에 부어지지 않는 상태였고 너무 무거웠는데 왜 그걸 그렇게 꾸역꾸역 속상해 하면서 했을까. 얼었다고 전화를 했더니, 아침에는 녹을꺼라고 그때 하라고 지시를 받았으니깐 했지. 온몸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너무 힘들다. 아까 넘어져서 그런가... 너무 힘들다. 오늘 같은날 기름교체라니 너므 힘들다'. 계속 이 말만 되뇌며 22시 부터 08시까지 10시간 편의점에서 일했다.

한파에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생각을 언제 했던가. 한번도 한적이 없지. 추우니깐 오늘은 나가지 말아야지 라거나 누가 작업실에 오면, 추운데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정도가 다였지. 언제 실외에서 일하거나 건물 입구에서 일하는 사람들 생각한적이 있었나. 나이 50먹도록 없었지.
기름교체를 하니 생각하게 되네. 기름통 18리터를 계속 '들고내리고들고내리고 흔들고'는 내가 안했어도 되는 일이었다. 젊은 여자건 남자건 간에 그냥 얼었네 하고 안했을것 같다.
하필, 최악의 한파라 하는 날 기름교체 지시를 하다니. 너무한다. 새 기름을 따야하고 폐기름은 밖에서 비워야하는데 말이다.
덕분에 이번주 내내 나는 누워만 있다.
오늘 목요일인데, 내일 출근할껄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상해서 막 눈물이 난다.
몸이 아파서 그런것 같다. 앙앙앙~~~ 집에서 계속 누워있다가 작업실에 왔는데, 내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신체 부상으로 못 움직이게 되니 이게 또 다른 문제구나.



소독을 안하니 요즘은 어떤애들이 활동을 하나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데... , 센스있고 힘있는 작업을 하는 페인터들이 참 많다. 더 열심히 해야 이 애들이랑 경쟁을 할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미술계내로 내가 들어가려면 지금 정도로는 택도 없구나.
자신감이 없어진다. 둘러보지 말아야지.
작가를 만드는 사람들(화상, 갤러리, 컬렉터, 평론가등)을 잘 만나는게 중요한데, 그게 없는 작가라면 아무도 넘볼수 없을 만큼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독보적인 조형감각' 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나 스스로 포기가 안 되는 감각' 뿐인걸까. 작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찾을때만 기다리는 혼자있는 작가이니, 나는 더 열심히 해야하는것 같다. 일단 그렇게 해보고 안되면 그만할래. 못해 먹겠다.
---- 처음으로 내입에서 '그만 할래' 라는 말이 나온 날/ 2021년1월14일 /막상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