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덥다 느끼기전에 나는 쇄신할 것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질까봐 두려웠었다.
또 준비없이 봄을 맞을까봐. 어쨌건 시간은 흘렀고 50대의 빨라진 세월 속도에 발 맞추지 못하는 두뇌회전. 악. 악. 악. 뇌주름이 펴지는 소리가 들릴정도.
2월 마지막주. 어제 퇴근하던 아침과 출근하는 밤바람이 놀랄만큼 따뜻하다. 그래 덥다 느껴질때 또 이런 황폐한 마음이지 않도록 3월 한달 쇄신하자.
대리운전 하는 청년가장의 퇴근시간은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완화를 잘 알려준다. 콜이 pm 8~9에만 몰려있고 대기가 길다고 하면서 젤싼 맥주 한캔과 신중히 고른 김밥한줄 사던 그가 어제 오늘은 애들 먹을 삼립 빵 코너 싹슬이에 맥주도 몇캔 소주도 사고 음료수들과 자기 먹을 햄버거도 사서 새벽4시넘어 집으로 고고. 밤문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렇게 알게된다.
소성주 막걸리 두병 아저씨 오늘 담배만, 빨간참이슬 두병에 화이트 후레쉬 두갑 어르신은 화이트 후레쉬만, 카스와 카멜레드 아저씨 카멜레드만 사가니 다들 몸이 안 좋은 시기인가 잠시 생각.
내 튀김기 세척한 상태가 맘에 안 드는지 평일 야간 근무자가 벌써 2번째 기름자국 잘 지워라 자기가 닦은데로 닦으라고 전화를 했다. 나는 잘 하고 있는것 같으니 한번 더 얘기하면 .... 음... 또 '네' 해야지. 끙 ㅡ ㅡ ;

미술계 유트브들을 안보려고 했는데 1, 2월에 많이 봤다. 보고 현실을 자각하는게 나은지를 잘 모르겠다. 보고 나면 나는 이제 마음을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조형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즉흥적인 감각을 가르치는건 내가 잘하는것 같고 그림을 많이 그리게 하는 점도 괜찮은것 같으니 아무래도 레슨을 본격적으로 하는게 나은것 같은데... 왜 안하는지는 안다. 왜 문턱에 걸치고 앉아서 하지 않는지는. 본격적으로 마트에 취직하는건 하겠는데 본격적으로 레슨을 하는건 왜 싫을까. 나는 안다.
다들 참 젼문적이고 똑 부러지고 자기 작품설명도 명확하다. 요즘 애들은 전시를 하고 그림을 안팔고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는게 이상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옛날엔 당연한 줄 알았던것 같다. 생전의 아빠가 운전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아빠 그림그리는 길은 너무 허무한 일인것 같아' 하면서 엉엉 울었던적도 있지) 직업 미술작가로서 자기가 노력해야하는 부분을 잘 파악해서 열심히 한다 . 갤러리, 기자, 평론가, 컬렉터 들과 직업인으로서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서로 잘 되려고 한다. 다들 서로 존중하는것 같다. 동료의식이 참 좋아보인다.
나는 나 혼자만 생각했다. 내가 가진 감각의 장점이 다르고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다. 예술은. 그가 천재라면. 나는 범인이다.
유트브를 보면 작가를 그만둬야 할것 같고 내 또래들의 삶을 들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너무 심하게 느낀다. 티비 예능 프로도 못볼 정도다. 쪽팔린다.
다음주부턴 여고에 방역일을 나간다. 4대보험을 해주는 카페와 마트에 원서를 냈는데 또 떨어졌다. 마트는 면접에서 떨어져서 속상했다. 취업이 될때까지 일단 별 생각하지말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자. 소독하고 그림그리고 강의하고 편의점 나가고.
내가 작가로 살 생각인지 아닌지 그게 고민이니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겠다.
아 몰라....에라 모르겠다?
ㅡ바람이 덥다 느껴질때는 오늘같지는 않기를 바람.

친구네 말티즈 연두가 죽었다.
너무 슬퍼서 막 울었다. 짱아랑 비슷했던것 같고 나이도 14살이니 같은 나이에 갔다.
'없어짐' 을 견디며 사는게 인생인걸까.
'없어짐'이 싫어서 누구를 사귈수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타인들과 뭇 생명들과 같이 잘 살수가 있을까.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다는걸 나이 50에 아니 얼마나 오만했던가... 나의 오만이여 이제 안녕. 굿바이 연두.

이번주에 본거
블로씽 유리아트 서바이벌
파워 오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