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찐따 2
한때 유트브를 하겠다고 샀던 링라이트를 1만원에 팔기 첫 당근판매. 주말 픽업 가능하다던 첫 의뢰자에게 판매 결정. 2번의 시간변경 요청이 있었던 그는 약속시간 15분 지나 도착. 만원 주고 가져갔다. 너무 뜨거웠지만, 만원 받고 팔면서 천원짜리 물을 사먹기도 아까워서, 그냥 거리에서 서서 기다렸다. 편의점 근무로 밤을 샌 대다가, 인천에서 35키로를 달려 작업실로 왔던 나는 '나이 때문인걸까, 오늘 더워서 그런가, 길거리에서 기다리는건 원래 이렇게 힘들었던가?...' 머리속에 빙빙 생각들이 툭툭 떨어지다가, 어느덧, 당근판매하다가 죽은 사람이 있다면 나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차가 막혀서 10분 늦어요 5분후 도착이에요 ' 했던 누구아빠 라는 사람이 만원을 주고 링라이트를 받아갔다. 당근거래란게 이런건가? 하면서 작업실로 돌아온 나는, 내내 자다가 다시 인천 편의점으로 와서 10시간 일을한다.
나의 동선이 부끄러웠다. 나를 또 학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동선바보1을 찍었던 지난 4월초를 기억한다. 2만원짜리 청소일을 하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로 다시 인천으로 오갔던 그날. 나는 이 누구아빠한테 안팔았어도 됐었다. 채팅이 많았고 올린 당일 그냥 가져간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첫 의뢰자한테 주는게 맞는것 같아서 굳이 주말에 가져간다는 사람이랑 거래를 한거다.
더는 이런 바보짓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 말아야한다.
왕복 기름값, 나의 시간과 체력, 하기 싫은 일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한 음식 흡입, 휴식할수 있었는데 못했다는 자기연민 ...기타등등 나는 손해봤다. 내 인생은 손해만 보는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오늘은 몇배로 더 힘든 것 같다. 비효율을 넘어 손해보고 있다. 인생 '비효율'은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데 '손해'는 아닌것 같다. 어떡하지?
당근 중고 최하가 6만원 캠핑용버너 구이바다를 1회 사용했으면서 2만원에 팔았다. 링라이트도, 구이바다도 내가 1주일치 기름값도 못벌면서 왜 팔았을까. 되려 손해를 보면서 왜 팔았을까. 가지고 있어도 됐고 줄사람도 천지였는데 왜 팔았을까... 이유는 안다. 편의점 근무중 내가 대납하는 일이 생길때 마다 뭐든 팔아서 내 돈을 메꾸고 싶었던것. 그걸 왜 이런식으로 실천하는가. 이게 바보 멍충이 아니면 뭘까.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창피하다.
회색 푸들이 왔다. 잠깐 안아봐도 되냐 믈어보고 안아 봤다. 귀엽고 따뜻한 아이에게 위로를 받고싶었던 것 같은데 자꾸 눈물이 나서 내려주고 매장안으로 들어왔다.
동선 바보였었는데 동선찐따 났다.
아 진짜 더럽게 힘들다.
오늘 2021년7월25일. 주말야간 편줌마 시작한 지 1년하고도 3개월됐다. 언제 안 힘들고, 언제 집에 가고싶단맘 안들고, 언제 하길 잘했다 싶고, 언제 몸이 좀 가뿐할까. 어떡하지?
거리두기 4단계 연장으로 학교 특강 전면 취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그냥 내가 일하면 돈을 주는데는 편의점 뿐이다.
이렇게 끓는 여름도 금방 지나가겠지?
10년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서, '그때 이건 하길 잘했다' 싶은 일을 해야겠다. 그리고 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인생이 그렇게 재미있니? 인생 다 마찬가지야,사람 누구나 다 힘들어 하더라도, 나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말을 나한테 하는 사람이랑은 얘길 안하면된다. 내가 모르는줄 아나보다.
행복하고 싶다.
아직 기로에 서있지만, 기로에서도 재미있을수 있고 행복할수 있을텐데. 그런 다음에 한파라는게 오기전에, 이 문턱에서 내려오던지 안으로 들어가던지 결정하자. 또 마음이 무너진다. 검둥개가 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가야 아가야 검둥개야 나를 덮치지 마라. 문턱에 걸터있으니 니가 덮치면 나는 죽을지도 몰라. 그냥 그냥 거기 앉아 있어... 으르렁대지도 마, 슬픈 세모눈 만들지도 마, 그냥 나를 좀 봐주라..., 어디 가진 않아도 괜찮아...아가야 아가야 내 검둥개야 그렇게 잠깐만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