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riting/2018~

자기만의 수용소

jiehkim 2021. 9. 12. 20:36

• 누구나 자기만의 수용소가 있다.
또는 수용소 시기가 있다.
전쟁은 끝이 있고 수용소는 나가게 되어있으니, 그날을 대비해야 한다.
갇힌 날이 끝나고, 누구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하게 하지 않는 그때에, 차라리 수용소 생활이 나았었다고 돌아보는 나라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외과적 상처는 낫기 나름이고, 시간이 지나면 흔적이 흐려지거나 없어질텐데, 나만 아프다 아프다 하고 있으면 안되니 조금 마음을 추스려보자. 나를 독려하자. 멋진 인생의 그림 한 장면을 내 눈에 세워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어떤 장면을 그리면 될까?
전쟁은 끝났고 수용소는 없어졌는데 너혼자 니 오물위에 누워있을꺼니? 나에게 계속 묻고있다.

• 똑똑하게 잘하려고 했는데..., 디스플러스 두갑 안찍고 팔아서 또 내 카드로 긁는다. 돌이켜 보니, 월2~5만원을 여기서 내 카드로 계산을 메꿨다. 누구를 원망하리. 근무일지에 쓰여진 앞근무자의 '디스플 -2' 보고 알았다. 아침 손님이었는데, 새 포장 풀다가 서둘서둘하는 내가 있었다.' 조급하면 망한다' 를 또 잊었구나. 항상 근무 막바지 아침시간에 나는 흐려진다. 두갑이나 되니, 손님이 다시 와서 결제해 주길 바랄뿐.

• 추석이 임박하니 물건이 정말 많이 들어왔다. 일을 다 마친 토요일 아침 퇴근길, 차안에서 드라이빙간식용으로 구비해 두었던 초콜렛과 단백질바를 있는데로 다 씹어먹었다. 미친것 같았고 추했다. 멀직이 떨어져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내가 있었다. 집엔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있었는데 참 맛있었다. 음식으로 내 자신을 위로했다. 어머니께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힘들었던 근무였다.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억지로 이겨내며 정리를 해야할 만큼 물건이 많아서 퇴근 직전까지 컵라면탑을 쌓았다. 아침 6시 넘어서까지 물건 정리를 했었던 작년 기억이 떠오른다. 미숙해서 힘든걸 잘 몰랐던 그때가 나을까 지금이 더 나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졸음을 이기고 뭘 해본적은 없었다. 입시땐 잠이 오면 잤다. 3~4일을 밤을 새고 그림을 그릴때는 이겨낼 졸음은 없었고, 내가 병들었을때는 5일을 꼬박 깨어 있었는데도 잠이 안와서 6일째 되던날 약을 먹고 잤다. 내가 '졸음을 이기고 했던 일'은 운전 말곤 없었다는걸 알았다.
• 매주 왕뚜껑6개씩 사가시는 택시기사 손님께 물어본다. 언제 일하는게 싫으세요? 비오는날 나가기 싫다신다. 그러면서 항상 즐겁게 열심히 일 한다고 나를 칭찬하셨다. 나는 놀라며, 예? 어머나 저 아니에요~ 저 진짜 억지로 와서 일하는거에요~ 했다. 본인도 나가기는 싫은데 또 일을하면 근육이 풀리니 좋다고 하신다.
그래, 집에서 잠만 자고 있을텐데, 나왔으니 근육도 풀고 좋잖아 생각을 전환해 봐야겠다. 누군들 일이 하고싶겠니...?
7년간 나가던 미술학원에서 잘리고, 강의는 다 폐강되고, 돈이 너무 없어서 절벽에 뒤꿈치만 걸치고 있었을때, 일을 주었던 유일한 곳이 여기 편의점이었다. 무경험자였고 나이 많은 여자라 고용을 망설이던 사장님께 눈물을 그렁이며 기회를 달라 했던 그때를 잊지말자. 감사하다.

• 일요일 아침마다 막걸리2병 구입해 가는 60~70대 손님이 있는데, 참치 샌드위치 하나 사서 나 먹으란다. 말 길어질까봐 거절하지 않고 받아 '손님이 흘리고간 것'이라고 써서 싱크대에 놓아 뒀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더니, '샌드위치 같은 맛있는거 많이 사줄테니 전화번호 좀 줘~' 한다.딱히 소리도 내기 싫은 나는 자스트 도리도리 . '왜 신랑때문에? ' 질문 날라오고, 나는 '끄덕끄덕'.... 와 끝까지 악악악! 좋은 일자리 소개시켜 주려고하니 전화번호좀 달라 한번 더 주접을 싼다 ㅠㅠ. 결국 소리내어, '개인번호 안줍니다' 말하니 그제야 갔다. 아무말이나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 많으니 스스로에게 영향주지마라 김지애.
'오 주여' + '아이고머니나' 사건 엔딩.
바카스아줌마가 떠올랐다.

• 방역하는 여고와 같이 있는 초등학교의 급식실 알바를 시작한지 1주일. 1일 2.5시간. 기간은 두달. 잔반을 모으고 식판정리, 테이블 닦고 바닥걸레질을 한다. 급식실에서 일을 해보면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는지 알수 있다. 성인인 선생들은 음식 좀 안남기고 다 먹었으면 좋겠고, 애들한텐 코로나기간동안 마스크벗고 말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점심먹는 내내 담소를 나누는 선생들이 이해가 안된다 혼자 생각함.
1,2학년들(3학년부턴 스스로 한다) 식판을 받아 잔반통에 터는 일을 하는데, 냄새가 올라오니 입벌리기가 싫다. 잘먹었다고 인사안했으면 좋겠다.
식사를 하고 나가는 길에 있는 음식쓰레기통과 식판 터는 소리는 식사 환경에 너무 안 좋은것 같은데,  급식실은 다 비슷한 것같다.
급식실 동료들이 좋은 분들 같아서 다행이다.

• 장애인 센터인 '샬롬의집' 청소와 식사봉사 갔다 왔다. 한달에 한번가는데, '인간답게' 사는 유일한 날인것 같다. 참 귀하다.
내일부턴 진짜 마음을 추스려서, 수용소 나가는 날 당황하지 않을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제발 꼭 그랬으면 좋겠다.

여기는 유니폼 세탁을 개인이 안해도 되어 좋다
똑순이
예쁜이 힘내라
2m 드로잉 종이 남은거 4장 다 그려야지...song of body

이번주 본거: American psycho, Man's search for meaning

새로 시작한 급식실 알바는 나에게 좀 쉬라고 하네.. 집에 일찍갔고 많이 잤다. 작업실에 있지 않았다.
출근길. 6시도 안됐는데 엄청 막혔고, 잠이 쏟아졌었다. 뭔가 위험하다는 신호가 오는것같았다. 물밑두꺼비가 보인다. 더 늦추면 안된다. Wake up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