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힘들고 속상함이 반복되는 근무시간을 한동안 겪었었다. 언제나처럼 금요일 출근했을때도 물건들이 채워져 있지 않았었는데, 토요일에도 그러한데, 문득 '나만 일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비나 눈이와서 박스들 깔아놓는 날엔 말짱 개이고 땅도 안 젖은 하루종일을 보냈는데도 내가 출근할때까지 아무도 걷지 않고 분리수거도 안한다. 분리수거는 온갖 오염이 가득한 쓰레기통에 손을 집어넣고 해야하는 일이라 정말 하기 싫은 일. 왜 내가 '새삼' 속상할까를 돌아봤다. 무언가 쌓여온거다. 얼마전 토요일에 나와 교대하던 청년근무자가 초보알바로 교체 되었는데, 그 친구가 일을 못해서 일까 생각해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새 근무자들에겐 시간이 필요하니깐, 나도 그랬고), 이전 앞교대 청년 그 친구 애많이 썼었구나~ 떠날때 인사라도 제대로 하고 음료수 하나라도 사줄껄 ~ 그런 생각도 들 만큼 이상했다.
그때쯤 나의 속상함이 절정에 달해서 더는 안되겠다 생각하면서 사장님한테 말하는것 보다 나혼자 결심함을 택했다. 내 시간에 일어난 일만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금요일 갔을때 비워져 있는 물품들 중 내 시간에 판매가 되면 그 줄을 채웠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애써' 안했다. 선입선출도 마찬가지. 단 주류는 예외. 속이 다 시원했다. ' 니들도 일좀 해' 라는 나의 신호는 급기야 평일야간근무자, 사장님까지 빡돌게 했다. 평일야간은 일요일 나의 퇴근시간에 맞춰 와서는 물건채워라 선입선출 안하냐 했고 (너무 싫었다. 올꺼면 자기랑 교대하는 사람한테만 하면 되는 소리다) 사장님은 사진을 찍어보내면서 물건 채우고 가는게 '예의'라고 말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 예의를 나만 차리는건 부당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근무자들한테도 지침해달라, 최근 내 시간에 팔린것만 채운거 사실이다, 앞으론 잘하겠다고 답한다. 예의를 말할게 아니라 임무에 대해 말씀하셨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
나의 뒷교대는 나와 인사도 안하는 사인인데, 내게 '물건 좀 잘 채우세요' 한다. 나는 영수증확인하면서 내 시간에 팔린거 다 채운다 너도 그러냐 물었더니, 자기도 그런다 하면서, 평일야간이 내게 물건 채우라고 말하라고 했다 한다. 그녀는 신경질적이었고 나는 괘씸했다.
이번 금요일 출근하니, '주말야간 근무자님 튀김기 세척할때 내외부 잘 닦으세요' 라 는 문장이 출근부에 빨간테두리를 쓰고 쓰여져있고, 파라솔엔 쓰레기들 난무 분리수거 안되어 있었다. 이번엔 말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교대는 사장님 딸이다. 분리수거 해달라 하니 자기임무가 아니라고 한다. 자기시간에 팔린거 채우고 버려지는거 버리는게 임무아닌가요? 했다. 그녀 퇴근 하고 사장님 전화왔다. 주말 나의 전타임은 야간과는 달리, 바코드 찍는것만도 대단한거다, 밖을 쳐다 볼 시간도 없고 물건 채우는것도 못할지경으로 손님이 밀려든다, 냉장제품 들어온거 못 넣고 갈수도 있을만큼 바쁘니 분리수거까지 시킬수는 없다, 김지애씨가 이해해라 양해바란다. 나는 처음에 자기시간에 일어난것 책임지는걸로 들어서 그동안 안했기에 말한거다, 무슨말인지 알아들었다 라고 답한다.
시키지 않는다는 말에 놀랐다.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할땐 너무 바쁘면 못할수도 있지만 아예 임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신경을 쓸까 라는게 내 생각이고 나는 힘이 빠진다.
센터물건 배송이 왔다 . 기사 청년에게 하소연한다.
그는 말한다. 사장님들은 다 그렇게 말한다 어디나. 아니 어디나 주말야간근무자에게만 양해해라 이해해라 그런다고요(임무에 양해와 이해라는 말은 안 어울린다 싶어 나는 이상했다)? ... 그렇다, 자기생각에 그게 근무자의 일이고 당신은 그걸 안한거다, 책잡힐일 하는건 아니다, 책잡히셨다. ....
그와의 대화로 나는 깨달은 것들이 생겼다.
1. 평일야간의 그 '출근부에 빨간테두리 안 쓰기'는, '자기기준에 맞게' 안했다고 해서, 모두가 보는곳에 내가 내 임무를 제대로 안하는 사람처럼 기록해 놓아서 빡쳤었는데, 나는 세척하고 있으므로 신경끄기. 감정 상할 일 아니다.
2. 내 근무시간에 갔을때 비워져있는 진열대 물건 채우기는 내가 하는일이니, 그냥 '내시간에 팔린것만 채우겠어' 라고 맘먹은 그날 이전 근무일로 돌아가리.
3. 너무한다 싶을땐, 근무자에게 말하지말고 사장님한테 말하자. 말을 안하면 아무도 모른다. 나혼자 결론 내고 결심하는건 옳지 않다.
4. 그냥 잘하자.
5. 센터 물건 청년의 말처럼 그게 내 임무다. 양해와 이해가 아닌 임무다.
그만두고 싶었다. 내 경우, 편의점 일을 그만두고 싶을때는 진상손님 때문이 아니다. 손님 응대는 임무이니 지혜롭게 하면 된다. 이제는 너무 심한 손님껜 그냥 죄송하다 한다. 그들도 잠시 열을 내는거라 죄송하다는 말을 들으면 누그러진다 (대개가 담배를 빨리 못찾을때 화를 냄). 파라솔을 엉망으로 쓰는 사람들한텐 '편의점은 자기 흔적도 자기가 셀프로 치우고 가야한다. 나더러 이거 다 치우라는거냐'할 정도의 배짱이 생겼다. (아직도 침으로 바다를 만드는 애들은 너무싫다. 오늘은 그놈의 침바다위에 오감자 한봉지 바닥에 뿌리고 갔다)
같은 최저시급을 받는데 '나만 일한다'는 생각이 '심히' 들때... , 그때가 위기같다.
하지만 나는 그만둘수가 없다. 주말 야간에 19~20시간 일하고 받는 돈이 필요하다(15시간 넘으면 주휴수당을 줘야하는데 대개 그런 이유로 14시간 알바를 모집한다). 평일 소독일은 3시간짜리라(이것도 14시간 근무라 수요일은 2시간) 기본 생활비가 모자란다.
결론은..., 잘하자.
잘하는게 맞다. 그게 내 임무다. 출근해서 물건 안 채워진거 채우고, 유통기한 점검하고, 담배검수하고, 센터물건 정리하고, 분리수거하고, 매장 청소하고, 팔린거 채우고, 튀김기세척하고 손님응대하는거 그거다.
잘하자 김지애. 다시 다시 잘하자.
Forget it & Mov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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