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그만 서있기
주말에 편의점에 나오기 위해 일주일을 사는 사람처럼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고 있는데, 잘 안된다. 누군가 작가로 살기 위해서 알바(공공근로, 편의점, 청소 등등)를 해야겠다고 나에게 말 한다면, 작업은 접겠다는 각오가 되어있냐고 아니라면 하지말고 그냥 지금처럼 살라고, 차라리 빚을 지라고 말할꺼다. 주말에만 일하니깐, 아침에만 일하니깐 나머지 시간은 잘 써서 작업을 한다던가, 이전처럼 빈둥대면서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류의 생각은 어렵다고 충고할꺼다. 여행을 가거나, 미술계 사람들을 만나거나, 시각적 경험을 많이 하고 감성적 충만을 얻어서 그걸로 다음 작품을 제작한다는 계획은 버리는 거라고 말해줄꺼다. 지금까지 살았던 삶은 '한때' 가 되는 다른 길을 가는 거라고, 그러니 작가의 길에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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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녀의 편의점야간 투혼기
5/24월요일 국냄비 한솥 나에게 끼얹는 사고를 겪은 나는 화상치료중이다. 난생처음 이렇게 넓은 부위를 데여서일까, 그냥 화상이란게 이렇게 괴로운걸까 ,아니면, 그냥 힘든걸까 ..., 눈물로 가득찬 풍선같다. 한번에 라면5~8개씩 끓여먹고도 계속 배가 고픈 나날이 지속되던 나는 한달전쯤부터 특단의 조치를 취했었는데, 그게 라면스프 가미한 야채국 한솥이었다. 양배추랑 토마토, 당근, 계란, 두부 등을 푹삶듯 끓여서 배가 터져라 먹었었다. 먹고 또 먹고 집에 갈때까지 배를 채웠다. 그날따라 국물도 많았고 하필 바퀴달린 선반에 얹어 두고는, 바닥에 떨어진 수세미를 줍다가 바퀴움직여, 세워진 캔버스 건드리고, 그 캔버스 나의 국솥을 밀었고 결국 내게 쏟아졌다. 작업실에서 작업은 안하고 맨날 야채국을 끓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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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서있기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내가 있었다. 1년전 편의점일을 시작하고 방역알바를 나가면서, 남들의 눈엔 그림만 그리면 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삶을 그만두면서, 은근히 바랬던 '이상적인 나' 그게 있었다. 표현하면 부끄러우니깐 나만 알고 있다가, 나와 남을 놀래켜주고 싶었던게 분명하다. 그래서 내가 인식을 잘 못했다. 나의 바램을. 주7일 알바를 하면서 열의를 다해 그림을 병행하는데, 그것도 지금까지 내 작가인생중 최고로 열심히 하는거고, 1년쯤 지난 거의 오늘 쯤에는, 다시사람들한테 그림을 보여주면서 작가로 굳건하게 우뚝 땅을 디디고, 바쁘고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겐 '좀 늦어도 괜찮다' 또는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라던가 하는 쿨한 메세지도 날리는, 그림은 한층 더 견고해지고, 10년 넘게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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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야간 끝내고 청소일은 무리인듯 (1)
지난번 사장님 말씀, 주간 타임은 내 시간인 야간과는 달리 매우 바빠서 분리수거 지시는 못한다, 물건 안 채워넣는것도 당연하고 자기 시간에 입고된 냉장물류도 정리 못할수도 있다, 김지애씨가 이해하고 양해하라, 그러나 니가 안 하고 가는건 예의없는 짓이다, 야간은 손님도 없고 센터물류는 토요일에만 오지않냐... 당시, 임무로 주어져야 바빠서 못할땐 미안함이라도 생길것 같은데, 아예 시키지도 않는다는 말에 나는 실망했었다. 지금 그만둘수는 없어 마음을 다잡았지만, 가득찬 쓰레기통을 보고 분리수거 하고 가라고 말했다. 깜빡했다, 손님이 너무 많았다 더니 그냥 갔다. 얘는 똑똑한걸까? 온 지 세달만에 벌써 자기가 어디까지 해야하는지를 안다. 나만 바보인걸까? 생각도 했지만, 나의, 한번의 '내시간에 벌어진것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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