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 하시나 궁금한, 꽁지머리 밀리터리룩 카리스마 덩어리 손님이 계시는데, 매주 일요일 아침 5시 전후 들러서 던힐3mm와 아메리카노큰컵을 사신다. 왠일로 토요일 밤인데 맥주 1.6L 2개에 각종 안주 구입. 안주를 이것저것 고르며 땅콩없냐 질문. 갖가지 맛땅콩들을 안내해 드렸으나 취향아님. 나는 그거 맛있어요~ 한다. 그 손님 기분이 좋아보인다. 쏘세지류 다양하게 집는 손님께, 아니 2+1인데 왜 다 다른종류를 사냐는 등 간섭을했고, 아니 밤에 왠일이냐도 물었다. 나도 내가 웃꼈고 손님도 웃낀지 막 웃으시며 친구가 온다고 한다. 친구의 방문에 설레여하는 손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친구... 친구라..., '누가' 오면 나는 저렇게 신이 날까 잠시 생각한다. 나의 친구 어디에...
• 월 마지막날이 걸리면 정말 일이 많다. 이전달 행사카드를 다 빼고 새 행사카드를 넣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게 진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 편의점은 정말 작은 사이즈인데 여기의 몇배 크기의 편의점은 도데체 이 카드를 어떻게 다 교체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어디든 편의점은 1인 근무인데, 다른데 주말 알바는 이 물건들 위치를 다 알까? ㅡ ㅡ; 내 시간에 배송않는 진열대 물건들 자리를 찾는 일은 난해하고, 카드가 순서대로 있는것도 아닌지라, 나는 정말 오래걸린다. 오늘은 냉장제품도 많았고, 빽룸도 많이 비었고, 튀김기도 닦아야 하고..., 밤9시50분 출근해서 새벽 2시인 지금 처음 의자에 앉는다.
이렇게 일이 많은 날 다른때 같으면 하기싫은맘을 누른다며 온갖 폐기를 죄 다 먹고 일을 했을텐데, 오늘은 그런 공허함이나 짜증이 덜하다. 왜 그럴까? 어머니 생신이라 언니와 형부 조카랑 같이 밥을 먹고 올림픽을 보고 오니 마음이 충만해져서 그런것 같고, 장어를 먹어서 폐기가 안 땡기나 보다 . 장어 화이팅!
• 이번주는 착한 택시기사 손님이 왜 안오실까, 대리운전하는 애기아빠도 안오네..., 푸르미 카드를 다 썼나 초딩남매 방문이 없고, 휴가기간이라 그런가 술손님은 2배가 된것 같다. 다들 같이 있을 친구, 가족이 있는것 같다. 맨날 1000원 이하의 비타민 음료나 박카스같은것만 신중히 사던 여고생이 두어달만에 왔다. 어디갔었나? 물어보고 싶지만 꾹 참았다. 방문이 뜸하면. 돈도 없어서다.
•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많이 궁금해 하는 편인것 같다. 이런 성격인데 왜 그렇게 같은 작가들, 동기들 , 선후배들, 선생님들, 기자들, 학예사등등 왜 돈독하게 지내지 못했을까. 오만한 자리에 앉아 있는 내가 보이네. 지금의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참 고맙다 여기며, 나는 내 매력에 대해 상고한다. 매력도 쌓고 만들어야 하는건데, 난 유지도 못했고 발전도 안 시켰다. 그냥 혼자 있었고, 잤다. 돌아보니 10년이 그렇게 갔고, 왕자의 키스는 없었지만, '내가 그토록 끙끙거렸던 일을 정리하니' 눈이 떠졌다. 그렇게 혼자 싸매고 있었던게 너무 바보같았음을 알았지만, 걸어가면서, 기어서라도 가면서 깨달았어야 했었다.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정말 많이 변해있었다. 창작..., 그림..., 못하겠다. 하지만 다시 잠드는건 싫으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한다.
• 정신이 나가있슴을 증명하는건 언제나 실수다. 언젠가 부터 매주 1만원 이상 계속 내 돈으로 물어내고 있다. 이유는 다 똑같다. 봉투에 주섬주섬 담다가 신용카드 계산완료를 안 눌러서인데, 손님은 계산이 된줄 알고 그냥 카드를 수거하기 때문. 꼭 다음 손님 계산하다가 알게 된다. 매주 1회씩 이러고 있다. 시재가 안 맞아서 메꾸고, 이렇게 손님 계산 대신 하고..., 1만5천원가량 매주 박아 넣고 있다. 딱 한명의 손님외엔 돌아와서 미완료된 계산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 알텐데..., 내가 물어내는 것도 알텐데..., 그들에겐 럭키일뿐. 작년엔 막 울면서 집에 갔었지만 요즘은 울진 않는다.
• 왔다갔다하는 기분탓을 넘어 내가 다시 잠들것 같다. 멈췄던 아침 백배를 다시 시작하고 마음을 좀 다져보자. 최소 석달은 유지해보자. 그롷게 한걸음. 제발. 경건하고 겸허하게 나를 돌아보면서 8월을 지내고, 문턱에 앉아 있을껀지 말껀지는 그 다음에 결정하자. 한번만 더 전념해 보고, 한번 해보고 그 다음에 결정하자. '젊었을때 한때 나는 작가였지'하면서 '그만두기'는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깐.
단, 전념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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