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5개월동안 일했던 인천 편의점을 그만뒀다.
'너무 일하기 싫은데 일은 해야한다면, 장소를 옮기는것도 방법'. 작업실근처 편의점으로 옮긴다.
왕뚜껑 택시기사 손님께 인사를 못드린게 좀 아쉽다. 말년병장들의 마음이 이런걸까 잠시 생각. 나중에, 혹시라도 내가 누군가를 고용한다면, 1년이상 일한 그의 마지막날은 일은 안시키고 돈은 주겠다 마음먹는다.

• 어제는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친구와 은사님 전시에 가서 선생님을 만났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봤고, 맛있는거 먹었고, 찐수다를 떨었고, 친구가 다 사줬고, 선물도 받았다! 편의점 마지막 근무 전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서 참 다행이었다 .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와 교류하며 지내야 하는지 알려준것 같다. 간만에 대학 입학동기들 근황도 들었는데, 다들 전시를 하고 있었다. 꾸준히 '갤러리와 서로를 원하는 사이'로 살고 있었다. 딴세상 얘기같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나 혼자 서있는것 같았다. 그래도 동기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니 좋았다. 전시를 해야 사람을 만나고 지낸다. 나는 전시를 해왔던 사람이니 하지않으면 사람들과도 안녕이다.


• 작년 초에 세상을 떠난 대학 입학동기가 있었다. 내가 3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갔으니 그 친구는 나보다 2년 아래다. 47세에 죽었다. 그 친구 사망소식 이후, 함께 '우리'라는 말로 어울렸던 친구와 대화를 나눈게 처음이었다. 친했었다. 내가 뉴욕에 있었을때 그 친구는 내 학고방만한 방에 와서 며칠을 보냈었는데, 당시 내 남자친구와 셋이 여행도 갔었다. 경계가 없던 시절이었다. 다같이 자고 술과 담배연기 가득한, 푸석한 내 청춘의 날속에 명확히 그녀의 얼굴이 있다 . 친구가 아니었던 시간도 만만찮게 길었다. 내 주변에서 가장 부자였던 그녀를 걱정하진 않았지만 신경이 쓰였었고, 2018년에 전화를 한적이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좋지 않았다. 2020년 3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유골을 강에 뿌렸다고 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인사할곳이 없다. 사망소식을 듣고도 너무나 건조한 내가 이상했었는데 친구와 얘길하다보니 눈물이 났다. 추모의 시간이 필요했었던것 같다. 같이 얘길하니 그 죽음이 내 안에서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 나는 그녀의 죽음을 불쌍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것 같다.
내가 죽으면, 나의 죽음을 알수 있는 친구들은 누구일까, 어떤 루트로 알게 될까, 장례식엔 누가 올까 생각한다. 50부터는 어떻게 죽을것인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

• 공모전이 있었다. 약력도, 나이도, 그림내용을 장황하게 쓰는 칸도 없고 자기들의 주제를 잘 해석햐서 표현한 작품을 선정하는 공모전이었다. 내가 1등할줄알았다. 예선통과도 못했다. 미술쪽에서 하는 공모전이 아니어서 내 그림이 통할줄 알았는데 뭘 믿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낙심이 되었다. 낙담할 일이 아니라는걸 아는데도, 나는 이제 정말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편의점으로 일하러 가는 길 내내 어두워져, 내 자신이 걱정 되었었다. 나는 다른일을 하면서 작업 할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게 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서 상을 타면 다시 시작하는데 멋진 계기가 될것 같았다. 뭔가 상징적일 것같았다. 그래 미술계 아닌데는 다 알아 주잖아, 미술계는 뭔가 문제가 있는거야 내가 문제가 아닌거지 한다던가, 이렇게 돈벌려고만 여기저기 닦고 쓸고, 음식물쓰레기에 파묻혀 돌아다니는 하루들이 왠지, 열심히 사는 아침드라마 주인공의 에피소드 하나로 될 것 같았달까...멋질것 같았는데...Forget it...
• 대체공휴일 만든 문재인정부 화이팅! 내일 방역도, 급식실일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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