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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riting/2018~

1월 메모와 불안

• 매주 일요일 아침 6시쯤되면, 음료수 하나와 빵 한개를 사는 청년이 있다. 어쩔땐 음료수는 없이 가게빵 한개만 산다. 에너지음료 퍼플스톰과 메가볼트 1+1행사중인 오늘, 이거 1+1맞죠? 하는 밝은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맘이 좋아져서 '네!' 하고 크게 답했다. 뭐 하러 가는 길일까, 밤샘 알바를 하고 들어가는 길일까...? 이거 먹어 힘이 나려나? 하는 나를 보면서, '너나 잘해!' 라고 소리치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가장 싸게 허기를 없애면서, 맛은 있는걸로 먹고 싶어하는것 같은 청년 손님들은 머릿속에 남는다.

2022년엔 작업실에서 열라 작업하다가 시간 아까와하며 씩씩하게 출근하는 내가 되고싶다! 2022년엔~

• 12월과 1월엔 각종 공모들이 많이 나온다.
고질병. 그 날짜가 될때까지 안하면서 스트레스만 받는것. 애초에 할 생각을 안했으면 됐을텐데.
이번주에 꼭 내고 싶었던 공모가 있었다. 작업을 더 했어야 했는데, 눈만 꿈뻑 거리면서 2주이상을 집에도 안갔고, 작업실에서 웅크렸다. 작업 공간쪽으로는 시선도 안 준다. 집에 전화한다. 할 일있어서 집에 못 간다고. 안한다. 반복한다.
작가로서 뭔가 하려고 안하면 '이런 미워하는 나' 도 없을텐데. 지난 해엔 공모에 낼 생각을 안했고, 애를써서 미술관련 유트브나 사이트도 거의 보지 않았다. 나를 위한 처방전이었는데, 새해가 되니, '전시를 하고싶다' 는 소망이 생겨버렸다. 작업을 못하겠는데 전시는 무슨 전시, 전시를 안하는데 작가는 무슨 작가, 나혼자 예술가가 무슨 예술가...니?
못하겠다? 안하겠다?하기 싫다?... 나는 뭘까?... '하기 싫다'가 1등이고, '해야한다'가 0등.
마감 시간 24시를 앞두고, 작업은 커녕 서류작업도 못하는 당일 오후 시간이 되니, 마음이 놓여졌다. '편의점가는 날이네~ 일해야지!' 몸을 일으킨다. 그간 지켜왔던 일상 루틴들을 다 버렸었다. 운동, 백배, 묵상, 집에서 출퇴근하기등 조금씩 습관화 되어가고 있었던 것들을 '꼭 하고싶다'는 망상을 앞세웠더니 기브업. 푸석한 스트레스로 채운 풍선이 터질 그 찰나에, '다 포기했어~ 이제 안해!' 이러니 슉--- 압력이 내려간다.
이런 생각의 반복이 되면 ..., 나는 사자에게 먹히고 실수하고 후회하다가 죽는다. 어떻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그 죽음앞에서, 너 어떤 모양새로 서 있을래 물어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나고 잠이 온다.
더는 문턱에 서있지 말자. 더는 미루지 말자. 이번이 마지막이다. 또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를 부풀릴꺼라면... 그땐 정말 그만두자. 나의 작가생활, 나의 그림그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그땐 그만 놓자.

놓아질까요?
이제 그만해도 될 것같다. ㅠㅠ

• 물이 동할때 제일 먼저 연못에 들어가면 어떤 병이라도 다 낫는다는 베드자다 연못가에 38년동안 있었던 병자에게 예수가 묻는다.
낫고 싶냐고.
병자는 말한다.
누가 나를 데려다가 연못에 넣어줘야 내 병이 낫는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예수는 말한다.
"네 자리를 걷어 일어나서 걸어가라."

나 스스로 일어나서 걸어가야 하는데, 아직도 누가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런 나에게, 더 나아지길, 바뀌길, 작가로서의 내 삶을 찾기를 '진짜 바라냐' 고 물어본다.
김지애야, '정말 낫기를 원하니? '
'니 안의 작가를 깨우고 싶은거 맞니?'
......ㅠ_________________ㅠ......

• 마음을 편히 놓고 아무렇게나 지낼수 있는 친구들과 1박을 했다. 정말 좋았다. 자꾸 말이 하고 싶어서 오디오가 계속 겹친다. 상관없다. 남의 얘길 경청해야한다는 예의 따위 필요없고, 그닥 웃끼지도 않는 말인데도 깔깔이 연속이다.
호텔에서 자니 벌떡 일어났다. 좋은 침대와 침구가 내게 절실함을 다시 느꼈다. 돈을 좀 더 모아서 '잠 환경' 을 개선해야지 마음을 먹는다.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고, 전시를 하면서 만나왔던 동기들의 안부를 전해 듣는다. 반가웠고, 내 소식을 묻는다니 고마웠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성장하고 있는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꾸 비교하는 내가 보여서 부끄러웠다. 나에게 실망한다. 2년동안 뭘 하고 산거지? 초월할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네. 비교가 며칠동안 이어진다....바보다.
나도 다시 미술하는 세계에서 지인들을 만나 안부를 전하고 일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서 그런것 같다.
내 시계만 멈춰있는것 같았다. 테옆은 나만이 감을 수있는 그 시계. 천천히라도, 억지로라도 감았어야 했는데... 놓아 버린 것같다. 너무 오래 된것 같다. 녹슬어 버린걸까? 부식되어 삭아 없어지기전에 움직이고 싶으면 다시 감아야 한다는걸 안다.

드레스코드 분명 호피 였는데...
너무 많이 웃었던 어느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후까지....광대뼈가 저리다.

• 이번 2월은 '기로에 서있기 그만하는 달'로 삼으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더 미루면...안 될것 같다.

점점 더 '승'화 되어가는 나...김승애

김승애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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