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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riting/2018~

급식당 관두다

17일이 방학이라, 지금 그만두면 인원충원이 어려운걸 알지만, 오늘 나는 급식당을 그만뒀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사람이 지금 그만두면 어떡하냐, 초딩들도 안 그런다, 어디가서도 이렇게 일하지 마라, 여사님처럼 분란을 일으킨 사람이 없었다, 아무데도 너를 다시 안 부를꺼다, 여기를 언제 자기꺼라고 생각하며 일한적이 있냐, 너는 느리다, 너는 니 영역만 한다, 우린 서로를 도와주느라 바쁘다, 너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공손하지 않다, 선생님들 인사를 안 받는다, 팔짱을 끼고 있다, 앉을때 다리를 꼰다, 분무기를 가지러 간 김에 짬통을 니가 옮겼어야 하는데 너는 안했다, 우린 다 그렇게 한다, 니가 하나 안하나 지켜 봤다, ... 등등 들을 소리는 다 들었다.
2시간30분 일만으로도 바쁜데, 나까지 감시하느라 다들 스트레스 열라 받았던 모양이다. 손발 맞는 분들끼리 즐겁게 일하시라고 나는 관뒀다.
배운점이 많았고, 오늘 '그만 둔' 내가 좋다. 여러명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이 하는 일은 이제 하지 않으리.
3달 열심히 살았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내가 제대로 했는지, 대충 농땡이 폈는지 알 정도의 '나를 보는 눈' 은 가졌다.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ㅠㅠ ...

여고방역 끝나고 초등학교 급식실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작업실로 왔다. 그냥 ...너무 좋다.
약속된 기간까지 해야하는 당위성 외엔 생각을 안 했던터라, 그만둘 생각을 못 했었는데, 사실 힘들었던것 같다.
10시에 방역일을 마치고 작업실에 와서, 따뜻하게 난방을 틀고 누워있다.
급식당을 안가니, 중학교 화단에 있는 아이들의 귀여운 작품들도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겨울공기를 얼굴에 맞아보기도 했다.
햇빛을 쬐고 바람을 맞고 하늘을 보자. 나는 괜찮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게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중에, 내가 꽤 괜찮은 인간임을 알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다행이다.

얼굴이 다 다르다
초록이가 한마리 들어가 있는 구성도 참 좋다. 애들 시선이 다 다른걸 보니 눈을 붙이면서 학생들이 참 신경을 많이 썼구나 섬세한 아이들의 손길이 느껴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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