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나고 너무 괴로웠던가 보다. 이런 글을 써놨었네~
➡️ 어떤날의 메모 in 9월까지 다녔던 인천집 근처 편의점에서 : [ 편의점에 나가는 일이 자꾸만 내 속에 분을 일으킨다면 그만두는게 낫다.
1. 주19시간 4주 일하면 78만원 정도를 번다
2. 다른일(여고방역, 초등급식실)은 코로나로 인한 일시 고용상태, 강의는 개강이 내의지와 관련없으므로 강의로 버는 돈은 불안정, 현재 내가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나갈수 있는 유일한 돈벌이는 편의점.
3. 화실을 연다고 해도 수강생 4~5인을 고정적으로 받아야하는데, 그건 더 못할것 같다.
4. 그냥 나가야 할것 같다
5. 다른 편의점으로 옮겨보자 ]
나는 옮겼다!!!! ^&^


볼일1. 내가 다시 그림을 그릴수 없는 사람이 된것 같았다. 그런데 머릿속엔 뭔가 너무 많았다. 그냥 몸이 좀 힘들어서 쉬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해야하는데도 못하겠었다. 몇주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가, 하지 않으려면 그만두어야 하는 날이 왔다. 그만두고 싶은게 아니라, 그만 두어야만 하는걸까 싶었다. 끙끙대며 그림을 못 그리고 먹고 자다가 학교에 강의하러갔다.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죽을것 같았는데 나는 구원되었다.
아파트를 생각하며 드로잉을 했어야 했는데, 머릿속에 있는것들을 조형언어로 담을수가 없었었던 나.
회화반 학습자들께 내 예전 드로잉들을 보여드렸고, '내가 너무 힘들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여러분들께 이래라 저래라할 자격도 없다' 등등 난리를 쳤다. 부끄러웠다. 작업을 하시던 학습자들이 내 예전드로잉들을 보시더니, '이게 아파트네~, 이거 그냥 내면 안되요?, 멋진데~ 일단 심호흡을 하세요....' 그리고 막 맛있는걸 사주셨다.
응? 이거 그냥 낼까? ... , 나는 다음날 작업할 수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이 그냥 쑥 나왔다.
작가로서 참여하는 전시가 너무 오랜만이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연구자' 들이라? 건축 드로잉을 찾아보니 다들 너무 죽이던데, 내가 들어가서 쪽팔리면 어떡하지? 걱정이 너무 많았었는데 학습자분들의 격려를 들으니 그 걱정이 덜어졌다.
칼라작업을 많이 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흑백작업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걸 잊었었다. 곧 무언가 걸러진 드로잉도 나올 것 같다. 다행이다 ...휴.








볼일2. 년초에 80호만한 윈도우를 빌렸었다. 작년부터 그리고 있는 2미터 사이즈 'song '시리즈 드로잉중 하나를 걸어, 조명 한번 쐬주고 싶었다.그때 마음은 가벼웠다. 작업실안에서만 내 작업을 나만 본 세월이 너무 길었고, 외부의 시선으로 내 그림을 보고 싶었고, 대관비도 감당할만 해서였다. 작업은 안하고 있으면서, 자꾸 '근사한 페인팅'을 새로 그려서 걸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걸 계기로 뭔가 이어지길 기대했던 것같다. 처음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80호 캔버스에 유화 밑작업을 했다. 그런데 그 이상 진도가 안 나갔고 죽을것 같았다. 너무 스트레스가 되었었다. 내 그림에 눈도 돌리기 싫어졌다. 그만둘까? 안 한다고 할까? 내 돈 주고 빌렸으니 안해도되지 뭐, 위약금 물지 뭐, 나는 급식당 닦고 돈도 버는데 뭐... ,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처음 마음'을 떠올렸다. 욕심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나의 길을 가겠다는건 현실을 자각하여 자존심 상한 나의 말뿐이었다. 아직도 우글대는 욕심덩어리가 있었고, 그 큰 덩치가 나를 괴롭혔음을 알았다. 있던 드로잉과 구상으로 했다. 전면에 드로잉 출력물을 컷팅해서 매달고, 뒤에 코끼리를 걸었다. 내겐 코끼리와 드로잉이 있었다.
코끼리가 잘 안보여서 다른 코끼리로 바꿔걸어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밤에 가보니, 내 작업이 들어있는 윈도우가 참 좋았다. 코끼리가 있는 하늘색이 보였다. 일단 그냥 두기로 결정.
'같이가자' 이번 윈도우 전시는 오롯이, '나를 위한 전시' 다. 내가 내게 '같이가자' 말한다.
낮과 밤, 안과 밖, 스치는 사람들과 멈추는 사람들 등 다양한 시선들이 있는 곳이 쇼 윈도우다.
밤에 본 유리배 안의 내 '같이가자'는 뚜렷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내게 자기를 보여주면서, 똑똑한 눈으로 말한다. 김지애 같이가자...






이 두가지 볼일이 맞붙어서 성큼 나를 덮쳤었다. 먹힐뻔했다. 겨우 그 큰 입에서 나왔다. 나와서 돌아보니, 사납고 날카로운 죠스 이빨을 가진 사자가 아니었다. 이 또한 내 검둥개였는데, 못 알아보고 다 그만둘뻔했다.
무언가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좀 나아졌다.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었는데, 아주 조금 나아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게 있단걸 알았다.
겨우 작업실에서 작업을 할수 있었는데, 2021년이 한달 남아있다. 어떡하지?
올해안에 '꼭 했으면좋은것들' 목록을 다시 봤고, 다는 아니라도, '시작은 해보자' 마음을 먹어 본다. 그래 2021년엔 '시작하자'. 그래야 내년을 살아 낸다.
급식실 알바가 2주남았다.
여러명이 같은 일을 하는 여사님일은 이제 안해야겠다는 큰깨달음을 얻는다. 만약 이번에 급식당알바를 안했다면, 아마 내년에 했을 것 같은데 잘됐다.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으면, 계속 여사님 일을 찾아 다녔을지도 모른다.
시급이 낮아도, 나한텐 편의점이 더 맞는것 같다. 이건 '옮길 일' 이 아니라, '그만둘 일' 이다.
어떤 경험도 해가 되지 않게, 무용의 시간이 되지 않도록, 나의 것으로 잘 만들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자. 그리고 작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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